순천 정치의 새로운 구심점은 누구인가… 당원과 시민이 만드는 새로운 정치의 시작
정청래 당대표 후보의 순천 특별강연과 오하근의 정치
정치는 말(言)에서 시작하지만 결국 발(足)로 완성된다. 정치인의 말은 그가 무엇을 믿는지를 보여주고, 그의 발걸음은 결국 누구를 향해 서 있는지를 드러낸다.
오늘 7일 순천대학교 우석홀에서 그 발걸음의 방향을 생각하게 하는 장면이 하나 펼쳐졌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열린 정청래 당대표 후보의 순천 특별강연에 주최 측 추산 3천여 명의 당원과 시민이 몰렸다. 준비된 좌석이 채워지고 행사장 주변까지 참석자들이 모이면서 호남 경선을 앞둔 민주당 당원들의 관심과 열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이 숫자 하나를 순천 전체 민심의 변화로 해석할 수는 없다. 특정 후보의 당대표 경선이라는 정치적 이벤트이고, 조직과 지지층의 참여가 결합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 현장에서 확인된 것은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선거가 끝났다고 정치가 끝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특히 지방선거 민주당 경선에서 패배한 오하근 전 순천시장 후보와 옛 동지들이 이번 행사를 준비하고 당원과 시민을 연결했다는 점은 순천 정치권에서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오 전 후보 측은 최근 온라인을 통해 당원과 지지자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소통 네트워크를 만들어 왔다. 그리고 오늘 그 네트워크가 오프라인 공간에서 실제 사람들의 만남으로 이어졌다.
이것을 곧바로 새로운 정치세력의 탄생이라고 단정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한 가지 변화는 읽을 수 있다.
정치의 주도권이 반드시 국회의원이라는 직함과 조직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국회의원이라는 직함도, 지역위원장이라는 지위도 시민과 당원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자리다. 민주주의의 출발점은 권력이 아니라 시민이다.
그렇다면 지금 순천 정치가 던져야 할 질문도 여기에 있다.
지역의 국회의원은 시민 위에 서 있는가, 아니면 시민과 당원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사람인가.
최근 김문수 국회의원을 둘러싼 여러 논란은 이러한 질문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었다.
탄핵 정국 당시 국회 본회의 표결에 불참하고 해외로 출국했던 행보는 지역사회에 적지 않은 실망을 안겼다. 이후 공직자를 대상으로 한 부적절한 ‘따까리’ 발언으로 논란이 커지자 김 의원은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국민적 공분을 산 내란 옹호 행보를 보인 인요한 전 의원의 적십자회장 선출을 두고는 축하 메시지를 내보내 지역 민심이 요동치기도 했다.
최근에는 순천대학교 의과대학 문제를 둘러싸고 정치권과 대학 구성원 사이의 갈등도 불거졌다.
특히 '순천대는 각성하라'는 취지의 현수막을 둘러싸고 대학 구성원과 지역 사회를 역사의 죄인처럼 몰아세우는 일방통행식의 정치를 보여 주기도 했다.
개별 사건의 옳고 그름을 넘어 중요한 것은 이런 정치가 시민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치는가 하는 문제다.
정치는 시민에게 명령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요구를 정치적 힘으로 바꾸는 과정이어야 한다.
대학을 설득해야 할 때는 설득하고, 공직자를 존중해야 할 때는 존중하며, 시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 때는 먼저 듣는 정치가 필요하다.
그것이 시민중심 민주주의의 출발점이다.
그리고 이제 순천 정치에는 한 단계 더 나아간 새로운 정치적 언어가 필요하다.
우리는 그것을 '순천중심주의'라고 부른다.
순천중심주의는 다른 지역을 배척하는 지역이기주의가 아니다.
광주·전남 통합이라는 시대적 흐름에는 적극적으로 협력할 수 있다.
시민주권과 지방분권이라는 가치에도 동의할 수 있다.
그러나 순천의 미래와 시민의 권익이 걸린 문제에서는 누구와도 당당하게 협상해야 한다.
순천대학교 의과대학 문제도 그렇다.
반도체와 첨단산업 유치도 그렇다.
통합특별시의 행정·재정·공공기관 배치 문제도 마찬가지다.
순천의 몫을 요구해야 할 때는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요구해야 한다.
협력할 것은 적극적으로 협력하되, 순천의 이익 앞에서는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는 정치.
그것이 순천중심주의의 핵심이다.
특히 통합의 시대에는 이러한 정치가 더욱 필요하다.

"우리는 함께 가겠다. 그러나 순천의 이익을 포기하면서까지 함께 가지는 않겠다."
이런 원칙을 세우는 정치가 통합시대 순천에 필요한 정치다.
우리가 최근 오하근 전 순천시장 후보의 행보를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청래 후보의 순천 방문과 대규모 당원 결집은 단순한 당대표 후보의 지역 강연으로만 볼 필요가 없다.
지방선거 이후 순천 정치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하나의 신호일 수도 있다.
기존 정치의 조직과 직함만으로는 시민과 당원의 마음을 모두 움직이기 어려운 시대가 되고 있다.
온라인에서 자발적으로 연결되고, 오프라인에서 직접 만나고, 특정 정치인의 지시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동의하는 가치에 따라 움직이는 당원과 시민들이 점점 중요한 정치적 주체로 등장하고 있다.
오하근 전 후보가 앞으로 어떤 정치적 길을 선택할지는 아직 더 지켜볼 일이다.
그러나 적어도 이번 선거를 통해 한 가지는 확인됐다.
오하근에게 필요한 것은 누군가의 대항마가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정치적 이유를 갖는 것이다.
김문수를 반대하는 것만으로는 새로운 정치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노관규 이후의 정치적 공간을 차지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 공간에 무엇을 채울 것인가이다.
시민의 목소리를 듣고,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치를 만들고, 순천의 이익 앞에서는 누구와도 당당하게 협상하며,
중앙과 지방을 연결해 순천의 미래를 만들어내는 정치.
그것이 오하근이 앞으로 보여줘야 할 정치다.
오 전 후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패배했다.
특정 계파의 정치인도 아니고, 특정 권력자의 사람도 아닌 '순천 시민의 정치인'으로 자리 잡는 것, 그것이야말로 경선 패배 이후 오하근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큰 정치적 반전이다.
오늘 우석홀에 모인 수천 명의 당원과 시민이 곧바로 새로운 정치의 주체가 되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변화는 언제나 작은 장면에서 시작된다.
한 사람이 문제를 제기하고, 몇 사람이 뜻을 모으고, 사람들이 서로 연결되고, 어느 순간 그것이 하나의 흐름이 된다.
오늘 순천에서 그 첫 장면을 보았다면 과장일까.
정치의 역사는 언제나 변화의 순간에 새로운 인물을 만들어왔다.
누군가의 시대가 끝나는 것만으로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지는 않는다.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순천의 정치는 이제 그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가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정치인 가운데 오하근을 주목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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