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불평등한 대학통합에 굴복하느니, 독자 노선으로 승부하라
굴종의 통합 무산돼도 동부권 84만 의료 수요와 순천대의 미래는 사라지지 않는다
전남 국립의대 신설을 둘러싼 대학 통합 논의가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국립목포대학교가 대학본부를 순천에 양보하겠다는 수정안을 냈지만, 이는 명분이라는 껍데기를 주고 의과대학이라는 실리를 챙기려는 교묘한 '성동격서(聲東擊西)'에 불과하다.
의과대학이라는 핵심 연구·교육 역량이 빠진 대학본부는 영광스러운 명문이 아니다.
오히려 통합 대학의 비대해진 관리 비용과 구조조정 부담, 부채만 순천이 뒤집어쓰는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대학의 미래와 도시의 사멸이 걸린 엄중한 시점에서, 실리 없는 껍데기뿐인 통합은 결코 해법이 될 수 없다.
만약 객관적인 데이터와 공정한 거버넌스가 전제되지 않은 채 이 불평등한 통합이 무산된다면, 그것은 순천의 비극인가?
단언컨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잘못된 예속의 고리를 끊어내고 순천대학교가 스스로의 힘으로 바로 서는 '위대한 전환점'이다.

■ 통합 결렬의 진짜 책임은 정치권의 무능과 관제 행정의 오판에 있다
만약 통합 협상이 최종 결렬된다면, 그 책임은 최소한의 자율성과 생존권을 지키려 한 순천대학교에 있는 것이 아니다.
84만 동부권의 산업·의료 수요라는 객관적 지표를 외면한 채 '동의·부동의' 선택만을 강요한 관제 행정의 폭거와, 정교한 협상 전략 없이 '현수막 정치'로 시민을 훈계하려 든 지역구 국회의원 등 지역 정치권의 무능력 때문이다. 똑똑히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할 행정관청은 객관적 평가 기준조차 제시하지 못한 채 일방적인 가이드라인 수용만을 강요했고, 지역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할 국회의원은 정부와 협상할 배짱도 없이 대학과 시민에게 양보만을 억지 강요했다.
자신들의 정치적 무능으로 협상을 이 꼴로 만들어놓고, 그 실패의 멍에를 순천대 구성원들과 순천시민에게 뒤집어씌우려 하는 것은 지독한 적반하장이다.

■ 통합 무산이 '의대 유치의 포기'를 의미하지 않는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달 말 시한을 넘겨 통합이 무산되면 의대 유치는 영영 물 건너간다"며 공포 마케팅으로 시민과 대학을 가스라이팅하고 있다.
그러나 묻고 싶다. 의대 신설의 논의가 왜 시작되었는가. 정치적 타협을 위해서가 아니다.
우리 지역의 열악한 의료 인프라와 지역민의 생명권을 지키기 위해서다.
통합이 무산된다고 해서 여수·광양 국가산단을 낀 동부권 84만 주민들이 매일 맞닥뜨리는 산업재해의 위험과 응급의료 공백이 사라지는가? 그렇지 않다.
중증 응급환자가 골든타임을 놓쳐 길 위에서 헤매야 하는 동부권의 서글픈 현실과 상급종합병원에 대한 절박한 수요는 단 1%도 줄어들지 않는다.
의대 유치와 상급병원의 당위성은 정치적 절충안이나 지자체의 오만한 가이드라인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84만 동부권 시민들의 삶과 데이터에서 나온다.
설령 지금의 불합리한 통합 논의가 결렬된다 하더라도, 동부권의 생존권이 걸린 의대 유치 투쟁은 결코 포기될 수 없으며 포기해서도 안 되는 시대적 과제다.

■ 굴종의 '하청 캠퍼스'보다 당당한 '독자 노선'이 낫다
통합이라는 이름 아래 의과대학과 핵심 연구 권한을 목포에 넘겨준다면, 순천대학교는 이름뿐인 대학본부를 쥔 채 장기적으로 쇠락할 위험이 크다.
독자적인 자율성과 거버넌스를 잃은 대학은 청년인구 감소의 거센 파도 속에서 가장 먼저 위축되고 소멸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대학을 잃은 도시에 미래는 없다. 순천대학교 없는 '교육도시 순천'은 존재할 수 없다.
따라서 불평등한 조건과 페널티 위협에 굴복해 껍데기만 남는 통합을 선택하느니, 차라리 독자 노선을 선언하고 순천대의 미래를 스스로 정립하는 편이 훨씬 역동적이고 희망적이다.
순천대는 이미 글로컬대학30 지정을 통해 독자적인 생존 가능성과 역량을 충분히 입증해 냈다.

■ 순천대학교가 걸어가야 할 독자적 백년대계
통합의 거품을 걷어낸 순천대학교의 독자 노선은 매우 명확해야 한다.
첫째, 동부권 첨단 산업 벨트와 직결된 '산업 밀착형 특성화 대학'으로 체질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여수·광양 국가산단의 대전환(석유화학, 이차전지, 화이트바이오)과 고흥의 우주항공, 첨단 소재 및 반도체 인프라를 직접 뒷받침하는 연구·인재 양성의 거점이 되어야 한다.
둘째, '의대 타이틀'에 갇히지 않는 실질적 '동부권 공공보건의료 R&D 허브'를 다져야 한다.
간호·보건 계열 및 바이오메디컬 연구를 강화하고, 지역 대형 종합병원들과 연계한 의료 인력 양성망을 구축하여 의대 신설을 향한 동부권의 동력을 장기적으로 계속 키워나가야 한다.
셋째, 지자체와 손잡고 청년이 머무는 '정주형 교육 생태계'를 완성해야 한다. 순천시의 청년 주거·복지 정책과 연계하여, 입학이 곧 취업과 지역 정주로 이어지는 강력한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
■ 정치가 할 일은 압박이 아니라, 독자적 자립을 위한 판을 까는 것이다
지역 정치인들과 행정관청에 강력히 촉구한다.
시민들에게 "이번이 아니면 안 된다"며 굴종적 절충안을 받아들이라고 훈계하고 가스라이팅하는 '현수막 정치'는 퇴출되어야 한다.
또한, 자신들의 정치적 무능으로 초래될 통합 결렬의 책임을 순천대에 떠넘기려는 치졸한 책동도 당장 멈춰야 한다.
정치가 해야 할 일은 불공정한 가이드라인에 복종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통합이 무산되더라도 순천대학교가 독립된 국립대학으로서 당당히 살아남을 수 있도록 정부 재정을 끌어오고 제도적 판을 깔아주는 일이다.
통합은 수단일 뿐 목적이 될 수 없다.
목적은 오직 하나, '순천대학교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동부권 시민의 생명권 보장'이다.
순천대학교와 30만 순천시민은 당장의 정치적 압박과 페널티 위협에 휘둘려 미래를 팔아넘기지 않을 것이다.
불평등한 통합을 거부하고, 84만 동부권의 생존권을 가슴에 품은 채 독자 노선으로 담대히 나아갈 때, 순천대학교와 순천이라는 도시는 더 강력한 미래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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