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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6-08-31 15:07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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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칼럼] 순천대 없는 '교육도시 순천', 과연 존재할 수 있는가

순천대학교 총장, 교수, 학생들에게 회초리를 들겠다는 김문수의원의 따까리 정치?

전남 국립의대 신설을 둘러싼 논쟁은 겉으로는 '의대를 어디에 둘 것인가'의 문제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훨씬 더 근본적인 질문이 숨어 있다. 지방 국립대학은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그리고 순천대학교는 앞으로도 독립적인 대학으로 존재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지방대학은 지금 청년인구 감소와 수도권 집중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생존 자체를 고민하고 있다. 대학 통합 역시 이러한 위기 속에서 등장한 대안이다.


그러나 통합은 어디까지나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고 지역의 미래를 살리기 위한 수단이어야 한다. 만약 통합이 오히려 대학의 독립성과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는다면, 그것은 해법이 아니라 또 다른 위기의 시작일 수 있다.



과거 여수대학교가 전남대와의 통합 이후 어떻게 캠퍼스 본 기능을 잃고 위축되었는지 기억하는 시민들에게, 의과대학도 대학본부도 없는 순천캠퍼스는 장기적으로 어떤 존재 이유를 갖게 될 것인가.

이것이 지금 순천대학교 구성원들이 느끼는 가장 깊은 고민일 것이다.


순천대학교 없는 '교육도시 순천'은 존재할 수 없다

그리고 이 문제는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다. 순천대학교 없는 순천은 과연 지금의 순천일 수 있을까.

순천은 오랫동안 교육도시라는 정체성을 키워 왔다.


고교 평준화 이후 겨우 교육도시 순천의 명맥을 지키며 수많은 청년들이 순천대학교에서 배우고 연구하며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순천대학교는 지역 문화와 소비, 청년 인구, 산업과 행정을 연결하는 핵심 기반이었다.


순천대학교가 있기에 청년이 머물고, 청년이 있기에 도시가 살아 움직인다.

대학이 약해지는 것은 단순히 학교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의 활력과 미래 성장동력을 잃는 일이다. 지방도시의 쇠퇴는 대부분 대학의 쇠퇴와 함께 시작됐다. 대학이 약해지면 청년이 떠나고, 청년이 떠나면 기업과 문화가 떠나며, 결국 도시는 늙어간다. 그래서 순천대학교의 미래는 곧 순천의 미래다.


'누가 더 억울한가'의 싸움이 아닌, 동일한 '객관적 잣대'의 문제다

서부권이 의료 인프라 없이 오랜 세월을 버텨온 사정을 가볍게 여길 생각은 없다. 36년째 이어진 숙원이라는 말에는 그만한 무게가 있다. 다만 형평성이라는 가치는 '의대와 본부를 어느 도시에 두느냐'라는 한 가지 결정으로 완성되지도, 소진되지도 않는다.


정작 따져야 할 것은 인구, 상급종합병원 접근성, 산업재해·응급의료 수요 같은 객관적 지표다. 여수·광양 국가산단을 낀 동부권 84만 인구가 상급종합병원 없이 감내해온 시간도 서부권 못지않게 길다.


그렇다면 이 논의는 "어느 지역이 더 억울한가"를 겨루는 소모적 진흙탕 싸움이 아니라, 누구의 주장이든 같은 잣대 위에서 검증받아야 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지금의 절충안이 불편한 이유는 서부권이 무언가를 받아서가 아니라, 그 배분의 기준이 무엇인지 아무도 설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김문수 의원의 주장처럼 "현실적으로 받아들이자"는 압박에도 불구하고, 순천대학교와 순천시민이 이 절충안에 선뜻 동의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김문수의원과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다음의 3가지 핵심 질문에 단 하나도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의대와 대학본부 배치를 결정한 객관적 지표와 데이터 등 원천 근거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84만 동부권의 산업재해·응급 의료 수요를 외면한 채 절차적 정당성이 상실된 가이드라인을 무조건 수용하라는 것은 독단에 불과하다.


둘째, 통합 이후에도 순천캠퍼스가 독립적인 연구와 행정 권한을 가질 수 있는 명확한 거버넌스 장치와 제도적 보장이 없다. 거버넌스가 담보되지 않는 한 순천은 언제든 분교 수준의 하청 캠퍼스로 전락할 위험을 안게 된다.


셋째, 순천에 주겠다는 병원 설치 계획이 그냥 던져주는 위로금 수준에 불과한지, 실질적인 의료 자원(병상 수, 전문의 정원, 필수 진료과목)과 안정적 재정계획이 뒷받침된 구체적 사업인지 전혀 검증되지 않았다.


목포의 의대는 당장 신입생을 뽑겠지만 의대없는 순천에 대학병원은 언제 어떻게 신축하는가? 과연 잊혀지지 않고 지을 수는 있을까?


이 3가지 근본적인 의문에 답하지 못하는 지금의 절충안은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합의가 아니다. 훗날 더 큰 혼란과 불복을 야기할 다음 갈등을 예약하는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는다.


순천대는 ‘각성하라'는 현수막 정치, 시민을 가스라이팅하는 '꼰대 정치'의 민낯


상황이 이러함에도 김문수 의원은 최근 '순천대학교는 각성하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었다. 그러나 과연 진짜 각성해야 할 주체는 누구인가.

순천대학교가 주장하는 것은 더 많은 것을 달라는 집단 이기주의가 아니다.
국립대학으로서의 독립성과 자율성, 그리고 대학의 미래 경쟁력을 지킬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보장해 달라는 정당한 요구다.

객관적 기준조차 해소되지 않은 껍데기 절충안에 우려를 표하는 것을 두고 '각성하라'며 비난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완벽히 왜곡하는 행태다.


지역의 대표 국회의원이라면 시민들에게 양보를 강요하고 훈계할 것이 아니라, 왜 순천대학교와 시민들이 이러한 절박한 우려를 제기하는지 정부와 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 설명하고, 독립적 거버넌스와 실질적 재정 보장을 쟁취하기 위해 협상에 앞장서는 것이 본연의 역할이다.


시민의 정당한 불안과 목소리를 경청하기는커녕 현수막으로 압박하고 가스라이팅하는 태도는 유권자를 계도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오만한 '꼰대 정치'에 다름 아니다.


지금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순천대학교를 향한 질책이 아니라, 순천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함께 제대로 싸워주는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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